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by lov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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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6

00
간만입니다.


01
9월이면 가을이라 생각하고 재킷을 샀다. 개버딘 소재 봄버 재킷. 더울 때 냉큼 산 가을 옷이라 더스트백에 처박아 놓았다. 9월이 되니 아니나 다를까,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더스트백을 살짝 열어 냉큼 옷을 만졌다. 울 소재의 느낌이었다. 개버딘이 아니라 울이 섞인 거였나. 그냥 반팔 티에 구멍 난 카디건을 입었다. 아니, 후줄근한 유니클로 검정 후디를 꺼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이렇다. A인가 싶은데, A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B냐, 그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재킷은 언제 입을 수 있을까.


02
추석 때는 일을 하다 한강에 나가 술을 마셨다. 너무 까만 탓에 아무도 후줄근한지 모르는 스웨트셔츠를 입었다. 택시를 타러 골목을 나오는데 감기와 몸살 기운 때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약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와인 두 병, 식어버린 추석 음식 몇 개. 참, 억지로 한과도 몇 개. 술자리는 집으로 이어졌다. 보드카를 땄다. 그레이구스가 아깝지 않더라. 오렌지 주스와 토닉 워터 그리고 목우촌. 계속 마셨다. 옆에서는 다툼이 시작됐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알아서 하라 그래. 하지만 나는 출근을 해야 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다 말고, 우리는 키스를 했다. 결국 나는 출근을 했다.


03
팔뚝에 새기고 싶은 게 늘어난다. 오늘의 단어는 ‘SEVERE’. 폰트는커녕 대문자로 할지 소문자로 할지도 결정 못했다. 저녁을 먹고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는 ‘4REAL’을 떠올렸다. 이건 무조건 대문자. 몸에라도 새겨야 안심하고 믿을 수 있을까? 아니면 문제는 이게 아니었던 걸까.


04
노래 좀 들어야겠는데 집에 헤드폰이고 이어폰 남는 게 없다. 뱅앤올룹슨은 죄다 여자친구나 여자친구의 친한 언니가 가져갔다. 아니, 기꺼이 내줬겠지. 일란 얼른 마감을 끝내고 자리 정리부터 새로 하고 싶다. 책꽂이 사주세요. 하나 말고 두 개요. 이러다 전화기에 연결된 선이 짧으면 낭패. 충분하다며 왜 이런 식인 거죠. 나 지금 명함 아직 못 받았다고 무시하는 거예요? 그나저나 내 명함은 왜 여태 모습을 보이질 않니.


::bgm::
we never change - coldplay


by loverman | 2011/09/16 00:08 | 스케치(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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